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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아르바이트: 잠드는 탑의 유령
 저런 포켓몬들을 겨우 디저트로 길들이라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가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천왕씩이나 된다는 발레리의 말인 만큼 가능하겠거니 생각하며 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저트만 가져다주면 되는 일이고, 심지어는 그 시간 동안 수공예를 알려준다고 하면 이쪽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부탁이었다. 다만 혼자 찾아가기엔 조금 걱정되는 면이 있으니, 브릴리를 품에 꼭 끌어안고 가는 걸로!  어쩌다 보니 다른 일의 답례로 받았던 숲의 양갱, 분명 고스트 타입 포켓몬들이 좋아하는 영양간식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조금 묘하게 생기긴 했어도 무우마를 닮았으니 결국 고스트 타입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간식도 나름 맛있게 먹어줄 것이다. 다른 코디네이터와 달리, 이쪽은 그다지 직접 만드는 포켓몬 간식에는 재주가 없는 편인지라.  빈카는 가라르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포켓몬들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어째 오소소 소름이 돋는 착각을 느끼며 준비해 왔던 숲의 양갱을 발레리에게 내밀었다.  “이거면 되는 거죠? 그런데…… 수공예도 할 줄 아세요?”  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구매한 드림캐쳐가 눈앞의 사천왕이 만든 수제품이라고 했던가……. 미묘한 취미가 있는 건지, 그냥 손재주가 좋은 건지. 애초에 콩둘기의 깃털…… 로 만들었다는 그 초승달날개 역시 간단하긴 해도 뭔가 공예품이지 않았는가. 안 어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네, 그 정도의 감상을 마치고는 불쑥 지니고 있던 은하조개껍질을 내밀었다. 이제 가르쳐 줘요, 당당한 요구를 덧붙이면서.  사실 빈카는 그다지 손재주가 있는 편이 아니라, 발레리의 설명에도 죽은 눈을 하고서는 굼뜬 손짓으로 겨우 따라갔을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혼자 스마로토 속 영상을 보고 하는 게 아니니까, 적당히 대화나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엔 괜찮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함께 왔던 브릴리는, 숲의 양갱을 맛있다는 듯 먹는 무우마를 닮은……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 포켓몬들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으니 함께 시간을 보낼 상대라고는 결국 눈 앞의 발레리가 전부였다.  아니, 그리고. 애초에 그때 왜 그쪽이 한 건데요?  ……같은, 시답않은 질문과 대화는 덤이었나. 어쩌면, 그리 대화를 나누면서…… 크루즈에서 신나게 호화 파티를 만끽하고 있을 제 오빠를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