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식스테일. 음…… 이름은 뭐가 좋으려나. 테이? 너무 무난한 이름이라면 에틸은 어떨까. 테일이라는 이름에서 조금 순서만 바꿔 봤는데……”
식스테일 에틸, 그리고 날쌩마 빈카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요정온천 달그림자, 그곳에서 처음 만난 두 포켓몬─비록 하나는 본래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당장은 포켓몬의 모습을 하고 있으므로─은 서로 당황한 상태였다. 저 트레…… 이너? 는 왜 포켓몬이야? 쟨…… 알로라에 산다는 식스테일 아니었나? 여기 플로레라더니? 그러나 당황이 흥미가 되는 건 순식간인 법이다.
─그러니까, 트레이너……. 빈카? 너는 원래 인간인데 잠시 포켓몬의 몸을 하고 있는 거라고?
“응, 원래는…….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 방법도 없네. 아무튼 그래. 다시 소개하자면, 난 가라르 지방이라는…… 여기 플로레와는 다른 곳에서 온 챌린저. 콘테스트에 참여해서, 내 빛나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어.”
─어쩌다 포켓몬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알려줘.
“그건 설명하자면 조금 길어질 텐데, 괜찮아? 내가 원래 모습이었으면 널 품에 안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려줬을 텐데…….”
─그랬으면 이렇게 대화를 못했을 거야. 그렇지?
“……응, 그것도 그래.”
그렇게 두 포켓몬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주로 말하는 쪽은 빈카였으며, 에틸은 나름 좋은 청자가 되어 주었다. 가라르에서의 첫 여행으로부터, 플로레에서의 지금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길고도 긴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면 둘 사이 유대도 어느 정도 깊어졌을까? 물론, 함께 무대에 오르거나 배틀에 참여한 다른 포켓몬들에 비하자면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셈이겠지만.
“에틸, 너랑 같이 무대에 오르고 싶어졌어.”
─나도, 네가 그리도 좋아한다는 그 시선이 어떤 건지 궁금해졌어.
“그럼, 있지.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응!
빈카는 가방에서 얼음의 돌을 꺼냈다. 얼음의 돌, 알로라 식스테일을 진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도구. 이 진화를 겪고 나면, 에틸도…… 멋진 페어리─요정─가 되어 스테이지에서 함께 빛날 수 있을 테니까! 비록 인간의 몸이 아닌 탓에 얼음의 돌을 날쌩마의 발굽으로 쭈욱 밀어 건네는 꼴이 되었지만, 그런 게 뭐가 대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