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1. [명사] 목적지를 향하여 처음 내디디는 걸음.
2. [명사] 어떤 일의 시작.
3. [명사] 어떤 곳에 처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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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오삐, 집이 그립지는 않아?”
제공된 숙소, 그 안에서도 침대 위에 엎드려서 플로레지방의 타운맵을 보고 있자면 괜히 그런 질문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말을 꺼낸 당사자, 빈카 역시 제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냐스퍼가 빈카의 그 질문을 놓쳤을 리가 없지. 곧이어 냐스퍼의 앞발─이라고 하는 게 좋을지, 그래도 이족보행을 하니 손이라 표현하는 게 좋을지─이 빈카의 등 위로 향한다.
“알아, 집을 떠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될까 말까, 싶다는 거. 여기가 싫은 것도 아니고,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집에 가고 싶다고 징징대던 나이도 지났잖아.”
그냥 그런 질문이 하고 싶은 기분이었던 거야. 그 말을 덧붙인 빈카는 다시 타운맵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가락으로 콕, 지금 있는 곳은 여기라며 웨이브 타운을 짚어낸다. 그리고 타운맵에서 손가락을 치우지 않은 채로 주욱 선을 그어 켈티스 타운에 도착한다. 그다음으로 갈 곳은 어디더라. 갈 길을 잃은 손가락은 결국 타운맵이 켜진 스마트로토무를 주욱 밀어 침대 밑으로 떨궈버렸다. 소리를 듣자하니 투박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대신, 완전히 착지하기 전에 둥둥 뜬 것을 알 수 있긴 했지만.
몰라, 켈티스 타운에 도착하면 다음 목적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고도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말에 냐스퍼는 빈카의 등 위에 얹어두었던 손을 거두고 침대 아래로 내려간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냐스퍼─냐오삐─의 성격은 무사태평하다고는 하지만 대책이 없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냐스퍼는 ‘뭐해?’ 하는 빈카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로토무를 주워서는 천장을 향해 던졌다. 무슨 짓을 하나 했더니만……. 빈카는 못 말린다는 듯 천장으로부터 나풀나풀 떨어지는 것을 잡아채더니, 다시 타운맵을 켜놓고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았다. 품에는 자연스럽게 냐스퍼를 끌어안은 채다.
“알았어, 제대로 보면 되는 거잖아. 일단은 켈티스 타운에 뭐가 있는지부터 다시 찾아보면서 준비해야겠지. 위에서부터 복습할까? 어디에 뭐가 있고, 우리는 어느 곳에는 꼭 가 봐야 하는지.”
그것이 빈카가 이번 캠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첫걸음’이었다. 꾸준히 앉아서 책을 읽을 끈기는 애매하게도 부족하고, 물론 그렇게나 독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가라르, 그것도 너클시티에 존재하는 서적만으로 여기 플로레지방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까, 빈카의 첫걸음이 다름이 아니라 그의 특기나 다름없는 SNS 검색하기인 건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플로레지방에 입성하기 전, 일주일 정도를 플로레지방의 정보를 얻는 일에 썼음에도 뭐가 그리 부족한지. 냐스퍼와 빈카는 오늘도 다음 일정에 대한 첫걸음을 위해, 그들만의 짧은 모험을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