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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진화: 리린(치릴리(고대)▷드레디어(고대))
 치릴리, 이제는 리린이라는 이름을 받은 그의 첫 기억은 난생 처음 보는 날쌩마의 얼굴이었다. 신기함, 두근거림, 궁금함……. 이런 감정을 모두 하나로 섞어놓은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서 자신을 쳐다보던 그 얼굴. ……어쩐지 어리둥절해 보이기도 했지만. 네가 왜 거기서 나오냐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는 그 시선을, 리린은 잊지 못한다.  ─궁금하니까 열심히 살찌워볼게요.  ─넹?  게다가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날쌩마─나중에 듣기로는 빈카라는 이름이라고 한다. 인간 트레이너라고도.─는 열심히 자신에게 뭔가 먹여댔다! 온갖 종류의 나무열매를 하나씩 가져와서는, 네가 살던 시절에도 같은 열매들이 있었냐며 하나씩 시식해보라 권하질 않나. 자신을 등에 이고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세상이 변한 것 같으냐며 묻지를 않나.  그가 말했던 ‘살찌운다’는 것은, 물리적인 ‘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현재의 세상을 겪도록 하고, 제가 알고 있던 것과의 괴리를 가늠하게 하는 것. 그러면서도, 이 세상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 그것이 그 날쌩마가 말했던 ‘살찌우다’가 아니었을까. 그 의미에서 리린은 충분히 살이 오를 수 있었다. 그 애정어린 돌봄과 도움 덕분에, 이 세상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렇다면.  ─트레이너, 전 이제 준비됐어요.  ─태양의 돌……. 말이지!  ─넹. 그리고, 다음에도 알려주세요, 당신이 아는 세상을. 저도 제가 아는 세상을 다 알려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