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빈카. 난 에스퍼 타입인데 당신과 함께해도 괜찮아요? 에틸한테 들었는데, 당신은 페어리 타입 전문가라면서요.
“에틸이 그렇게 말했어?”
─으응, 정확히는……. 자기는 이제 페어리 타입이니 함께 스테이지에 오를 수 있을 거래요.
“그건…… 그렇네. 에틸의 말이 전부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나랑 함께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않아?”
─그래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내 엔트리에는 에스퍼 타입이 제일 많은 걸. ‘에스퍼 윙크’로 개명할까?”
비록 지금은 날쌩마의 모습이지만, 여느 때처럼 발랄한 말투로 봤을 때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윙크였을까. 하지만 그런 가벼운 언행에도 불구하고 브릴리는 당황했는지 네에? 하며 입을 떡 벌리고 굳어버렸다. 한껏 치솟아 있는 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걸 본 빈카가 농담이야, 농담! 하며 급하게 고개를 흔들면 그제서야 얼어 있던 브릴리의 몸이 추욱 늘어진다.
어떻게 말을 해 줘야 이 작은 포켓몬을 안심시킬 수 있으려나, 고민하던 빈카는 몸을 바닥에 딱 붙여 앉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농담은 아니야, 브릴리. 네가 바란다고 하면 다음 스테이지를 ‘에스퍼 윙크’ 정도로 꾸미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걸. 음…… 첫 스테이지랑 전문 타입이 달라져도 괜찮은지는 다시 확인이 필요할 것도 같긴 한데.”
─그렇지만, 그럼 다른 애들은 무대에 오르지 못하잖아요. 삣삐나 플라비 말이에요. 에틸도 그럴 거고…….
“그렇게 따지자면 포닛치도, 너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건 똑같지 않아?”
─그건…….
그리고, 있지. 사실은 말이야.
“꼭 이번만이 기회인 것도 아니잖아? 플로레가 아니더라도 아직 많은 스테이지가 남았어. 난 이 업계에서는 완전히 초심자나 다름없거든.”
그러니까 네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리하지도 말고.
“네가 무대에 오르고 싶은 아니든, 어느 쪽이든 네 마음을 존중할 테니까. 나 믿지?”
브릴리는 새삼스럽게도 자신의 트레이너를 본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포켓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덕에 이런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거겠지. 그 사실을 저 트레이너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나 열심히 이야기해 주는 거겠지. 이번 같은 이레귤러 상황에 놓이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을까? 트레이너가 포켓몬의 마음을, 포켓몬이 트레이너의 마음을 알 수 있었을까? 어쩌면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꼭 문자나 음성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꼭 통하는 경우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브릴리는 이 대화를 통해 빈카를 더 잘 알게 된 느낌이었다.
몸지브림은 생물의 기분을 감지하는 포켓몬이다. 온화한 자에게나 마음을 겨우 여는 작은 포켓몬이다. 강렬한 감정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조용한 곳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포켓몬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은, 분명 이 대화 덕분이리라.
그러니까, 빈카를 더 알고 싶어. 빈카의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
그 작은 브릴리가 품은 소망이 빛이 되어 주변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