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카 페리, 가라르지방 너클시티 출신의 엘리트 트레이너, 21세.
현재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을 맞이하고 있었다.
포켓몬 브리더라고 함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어린 포켓몬을 키워주는 직업으로, 사람으로 치자면 보육원 선생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쳐도 괜찮을까? 키우미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한, 시간이 나는 대로 브리더 체험…… 이 아니라! 브리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상황에 놓인 게 현재의 빈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게 어째서 고난인가! 그건 바로 빈카의 21년 인생 중에 자신보다 어린 개체를 제대로 돌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지금까지의 파트너 포켓몬은, 말 그대로 돌봄의 대상이긴 해도 ‘파트너’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상 어떤 면에서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도 할 수 있으니……. 경우가 조금 다르지 않나! 라는 게 빈카의 주장이다. 애초에 개인이 어린 포켓몬을 돌보는 것과 브리더라는 이름을 달고 어린 포켓몬을 돌보는 게 같을 리가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며 빈카의 긴장감은 대략 98.2% 쯤에 도달해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여기의 토게피…… 조금 무서워!
그래도 부탁받은 일은 제대로 해내야 하는 법, 빈카는 최대한 ‘긴장’이라는 감정을 꾹 삼켜내고 언제나처럼의 발랄한 미소를 낯에 내걸었다. 자, 토게피 여러분! 오늘 하루 잘 부탁해요~ 빈카의 목소리가 그들에게도 가닿았을까? 자, 한 마리씩 와서 언니랑 인사할까요? 처음에는 낯선 목소리에 주춤하던 토게피들은, 그들 사이에 함께 있던 삣삐가 자연스럽게 빈카의 품에 안기자 쭈뼛쭈뼛 다가가기 시작했다─물론 그 중에는 비열한 표정의 토게피도 있었지만, 빈카는 한두 마리가 아닌 것 같은 비열한 표정의 토게피에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삣삐는 토게피들 사이에서도 장난을 치며 놀아주기도 하는 걸 보면, 아기 포켓몬들끼리 통하는 게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냐오삐는 몇몇 장난스러운 토게피들이 툭툭 건들거나 장난을 걸어와도 나름대로 의젓하게 받아주거나 놀아주는 걸 보면, 그래도 나름 연장자 포켓몬이라는 포지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포켓몬 브리더 일을 고난이라고 생각했던 빈카는……. 놀랍게도, 언제나처럼의 적응력으로 토게피들 사이에 녹아들어 이미 긴장감이 대략 1.8% 쯤으로 내려간 것 같다! 어쩌면 나, 이쪽에도 재능이 있었을지도……? 우쭐한 소감을 남기려는 빈카를 향해, 진심전력으로 몸통박치기를 시도하는 토게피가 있기 전까지는……. 나름 만족스러운 아르바이트 시간이었을지도?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