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3화: 아르바이트: 도망친 이브이를 찾아 줘!
 "팔로워 여러분, 안녕! 오늘은 오랜만에 영상이네요. 네? 여행 중인 거 아니었냐고요? 정답이에요! 하지만 오늘은 부탁받은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켈티스타운의 풍경도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부탁받은 건 뭐냐고요? 그건 바로~ 도망친 이브이를 찾아달라는 부탁이에요!"  켈티스타운의 번화가를 돌아다니던 빈카는 스마트로토무를 허공에 띄워두고 걸음을 재촉했다. 화면에는 자신만이 들어오도록, 다른 사람의 얼굴에 초점이 잡히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해 가면서…… 당초 '이브이 찾기'라는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곁눈질로 근처를 살피는 걸 잊지 않으면서. 한 번에 여러 곳에 신경을 분산시켜야 하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아, 남몰래 한숨을 내쉬고는 영상을 한 번 끊었다. 오프닝은 찍었으니까, 다음은……. 머릿속으로 이브이가 갈 법한 장소를 떠올린다. 웬만하면 사람이 없는 곳에 있을 테니, 사람이 나오는 걸 걱정할 일은 없으려나. 계산을 마친 빈카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다시 촬영 버튼을 누르고서 만월숲 부근으로 걸음을 옮겼다.  "플라비, 오늘은 같이 힘내 줘!"  빈카의 눈높이와 비슷한 높이에 둥실둥실 떠다니던 플라비는 한 번 빙그르르 돌아 OK 사인을 보냈다. 별다른 배틀이 있는 것도 아니니, 플라비라고 해도 괜찮겠지. 나무 위, 수풀 안쪽, 심지어는 흙바닥 위로 쌓여 있는 나뭇가지들 사이…… 에는 역시 없었지만. 나오긴 하는 건가? 이브이의 꼬리는커녕, 이브이의 발자국조차 찾아내지 못했으니. 실적 제로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던 빈카는 과장되게 입을 틀어막았다.  "저, 역시 탐정 일이랑은 인연이 없는 걸까요……. 이대로라면 아무런 수확도 없이 돌아가게 되는데! 저, 이렇게 무능력한 모습을 팔로워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요!"  적막이 깔린 만월숲 안쪽에 망연자실한 빈카의 목소리만이 울린다. 찌르르, 벌레 타입의 어느 포켓몬이 우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지나가고……. 브이로그고 뭐고 포기할까,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파밧,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재빠른 발소리가 빈카의 귀를 적중했다. 플라비, 이거 설마……? 플라, 플라! 영상을 한 번 끊고, 다시 촬영 버튼을 누른 후에 조심스럽게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다가간다. 빈카의 얼굴만을 찍어대던 스마트로토무도 지금만큼은 숨죽인 빈카의 뒷모습만을,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촬영하고 있을 뿐이다.  길게 뻗은 수풀을 살짝,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젖히면. 흙바닥을 앞발로 파느라 빈카와 플라비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이브이가 있다. 지금이 기회야, 플라비. 프…… 플라. 하나, 둘…… 셋! 플라!  이게 만화나 영화였다면 우당탕탕, 하는 듣기 좋은 효과음이 흘러나오지 않았을까? 다만 현실에서는 그런 듣기 좋은 소리 대신 우스꽝스럽게 사람이 넘어지는 소리나 날 뿐이다. 아야야……. 흙바닥 위로 넘어진 탓에 흙먼지가 자욱하다가, 그게 다 가라앉고 나면 빈카의 모습이 드러난다. 혹여라도 달아날까 싶어 양팔로 이브이를 꼭 끌어안고, 콜록콜록, 가볍게 기침하며 입에 들어갔을지 모르는 흙먼지를 뱉어내는 빈카의 모습이 말이다. 그의 머리 위로는 플라비가 빙글빙글 돌며 성공을 축하하고 있었다.  "의뢰 성공! 말썽꾸러기 이브이네요. 이제는 도망치지 말기로 약속!"  브이, 그리고 윙크. 흙투성이가 되어도 잊지 않는 페어리-윙크의 완벽한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