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극장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 보면, 저절로 머리에 열이 오르기 마련이라. 이대로면 뇌에 과부하가 걸려 기절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라……. 극본대로 해내기 위해서라도, 어차피 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러 아르바이트 공고를 둘러보다 결국 눈에 들어오는 것 하나—등산과와의 사우나 데이트?—를 한참 노려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희롱이니 저런 말투니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니다. ……라고 생각했었다! 악플이나 선을 넘은 댓글 같은 거야 SNS를 직접 운영하다 보면 몇 번 정도 마주치는 법이고! 하지만, 실제 자신의 귀를 통해 듣는 그 말들은 타격이 너무 강했다. 게다가…… 어째 말에서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는 그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아른거려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빈카는, 뭔가를 다짐한 듯한 얼굴로 짐을 챙겨 여탕으로 향했다. ……하지 않기엔 보수가 너무나도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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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멋. 오네쨩, 그때 비명 질렀던 초카와이~ 코네코쨩이잖앙♡”
“뭔가 잘못 기억하고 계신 거 아닐까요? 그때 뒤에 링곰이 있었다거나~”
사우나로 들어서면 바로 마주친 등산가…… 등산가쨩? 아무튼, 그런 이름의 ‘그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이게 가라르였으면 눈이 마주쳤으니 냅다 배틀! 같은 상황 후에 헤어질 수 있었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앉았다. 머리만 식히고, 땀만 빼고 나가는 거야……. 세뇌하듯 스스로 다짐했으나, 힐끔거리듯 이쪽을 보는 시선을 느낀 탓에 활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보니까안,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후웅, 어디서 봤으려나?”
“그거 작업 멘트예요? 후후…… 하지만 나는 만인의 요정, 페어리 윙크라서요. 보는 걸로 참아 줘요♡”
어째 그 말에 빈카를 바라보던 시선이 좀 더 노골적으로 변한 것 같지만……. 착각이지 않을까? 애써 그렇게 치부하고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다. 나는 요정이다, 모두에게 다정하고 상냥한 요정이며…… 저 사람이 내 팬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우효, 그럼 와타시밖에 모르는 요정의 은밀한 모습이네……♥ 실컷 저장해둘게, 후욱…….”
여기서 기절하면…… 캠프의 누군가가 구하러 와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