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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Report 9
 “뭐어? 이번 주에도 도전을 안 한다고?”  “응, 어쩌다 보니……. 준비할 게 많네. 그래도 스텔라시티, 나쁘지 않으니까. 더 머물러도 괜찮지 않아?”  “누나도 나도 크게 하는 일은 없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미안! 숙소 비용은 내가 내도 괜찮으니까.”  “오, 진짜?”  “진짜는 무슨. 됐네요, 막내 코 묻은 돈 받겠다고 여기 온 줄 알아?”  “……헤헤.”  크루즈를 위해 초대했던 가족들, 타지티와 힐리안과 대화를 끝낸 빈카는 두 사람이 묵고 있는 숙소를 떠나며 혼자 한숨을 내쉬었다. 스텔라시티에 도착하고 일주일, 그건 다시 말해 황금 극장에 오를 준비를 시작한 지 꼬박 일주일이 다 되었다는 말과 같았다. 몇 번이나 곱씹고 수정한 탓에 이제는 모두 외워버린 극의 스토리와 대사를 떠올린다. 이게 정말 괜찮나, 그런 걱정도 워낙 잔뜩 들었지만 당장은 누군가에게 봐달라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미칠 지경이었다. 어쩌다 내가 팔자에도 없는 연출가가 되어 있는 거람…….  솔직히 말해서, 황금 극장의 건만 빼놓고 본다면 스텔라시티는 참 좋은 도시였다. 사람들을 끌고 여기저기 쇼핑도 다니고, 어쩌다 보니 잡지 화보도 찍게 되고, 인터뷰도 하고. 지금까지 플로레를 여행하며 겪었던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 꽉 막혀 있던 속이 싹 풀리는 듯한 즐거움이 가득했다. 황금 극장의 건만 빼놓고 본다면.  사실, 콘테스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 단언했던 것치고 빈카의 목표는 그다지 1등 같은 건 아니었다. 그는 꽤 속물적인 인간이라, 자신의 인기나 인지도 따위에 콘테스트를 이용해 먹을 생각이 더 컸던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마지막 본선은 오르지 않았어도 당초의 목표 자체는 달성한 셈이었으나.  그래도, 역시 지는 기분이 드는 건 싫었다. 첫 무대에서부터 여기까지, 그를 움직인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알량한 자존심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배틀이 아니라 콘테스트로 방향을 잡았던 것부터가 자존심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체육관에 도전하여 이름을 드높이는 것도 요즘 시대엔 충분한 명예가 된다. 안다. 하지만 배틀 코트 위에서 빛나는 건 두 진영이다. 그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이 어딘가에 올라 있을 때에는, 그 빛을 모두 독식하고 싶다는 허세와 자존심이 있었다. 그런 연유로 선택한 콘테스트였거늘…….  본선을 통과할 자신이 0%인 건 아니다. 사실, 미리 계획을 짜고 짜 대로 행동하는 건 오히려 지금까지 빈카 페리의 모든 스테이지가 그러했다. 다만 실력이든 경험이든 부족한 탓에, 즉흥 연기에는 허점을 보였다. 그 점을 인정하기가 싫었기에 어떻게든 즉흥 연기를 피할 방도를 고뇌하느라 벌써 일주일이다. ……이제 어느 정도는 인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한때 제 말버릇이었던 말이 있다. ‘삶은 시소와도 같아서 올라간다면 반드시 내려갈 일이 있고, 내려간다면 반드시 올라갈 미래가 있다’는 말.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내려가는 것을 그다지도 두려워했다. 하지만…….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안다. 잊고 있었으나, 많은 이의 이야기 덕분에 다시금 떠올렸다. 그러니, 이제는. 두려움은 잠시 밀어두고 도전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