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사건은 지나갔고, 남은 것은 평화롭게 플로레 여행과 챌린지를 즐기는 일…… 이라고 하기엔, 챌린지는 즐기려야 즐기기 어려운 난이도인지라 매일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워 한숨만 팍팍 쉬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어떻게 겨우 스토리는 완성했으나, 이래저래 준비할 게 많은지라. 머리를 부여잡고 황금 극장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서, 결국 오늘은 부탁도 들어줄 겸, 바깥 공기도 쐴 겸…… 오아시스에서 서성거리는 쉐이미들을 만나러 갔다. 꿈의 샛길이 아닌 터라 대화가 통하지는 않겠다만, 그 아이들이 바라는 게 뭔지는 알고 있으니까.
“너희도 참 고생이 많구나?”
“미이이잇.”
“그래, 그래.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대충 ‘줄 거나 주고 가라, 인간.’ 같은 정 없는 소리는 아니길 바랄게.”
“미이.”
“글쎄, 무슨 소리인지 모른대도?”
포켓몬, 그것도 감사 포켓몬이라 알려져 흔하게 보기 어려운 포켓몬인 쉐이미와 가벼운 만담과도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자면, 이쪽 역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듯했다. 알겠다며 품에 가지고 있던 기적의 씨 한 개를 손바닥에 올려서 짠, 하고 내밀었다. 겨우 한 개인 거냐미? 그런 질문이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만……. 어쩌겠는가. 실은, 주머니를 뒤져보면 하나 정도 더 나올 것도 같았지만. 황금 극장을 준비하느라 이쪽의 지갑 사정도 참 눈물 나는 터라. 대신, 조금 늦더라도 더 발견하게 되면 그때는 가져다줄 테니까……. 그런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기고서 쉐이미들에게 인사한다.
첫 콘테스트, 벨라트릭스의 일, 두 번째 콘테스트, 스카비오사의 일……. 많은 걸 지나쳐 오고 나니 지금이다.
자신의 인생이 소설이나 연극 따위라면, 지금은 아마 위기를 지나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만큼 자신뿐만 아니라, 저 애들도 각자의 삶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중이겠지. 그리 생각하면 어쩐지 동질감이 들기도 하여…….
결국 빈카는 숨겨두려고 했던 기적의 씨 하나를 더 꺼내어 쉐이미들에게 전해주고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