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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진화: 브릴리(손지브림▷브리무음)
 『강한 감정을 발산하는 것을 발견하면 머리의 술로 곧장 때려눕혀서 의식을 빼앗아 조용하게 만든다.』  이는 손지브림이라는 포켓몬의, 도감 설명이다. 이에 더해, 아무리 행복한 감정이라도 고조된 감정은 엄청난 소음으로 느낀다거나, 머리의 술로 상대를 때리는 힘은 프로 복서조차 한 번에 KO 시키는 위력이라거나. 그런 것들을 다시 읽고 있자면 빈카는 새삼 아득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가장 감정적으로 고조되었을 때─이를테면 크루즈에서라거나─는 브릴리를 박스에 보내두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정도는 안심이지만, 그럴 때가 아니고서는 늘 브릴리를 데리고 다니기도 했기 때문에 캠프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미안한 마음이 삐죽 고개를 들었다. 물론, 손지브림이라는 포켓몬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브릴리는 늘상 조용조용한 태도로 트레이너인 빈카가 품에 안고 돌아다녀도 순순히 따라줬으니까. 반쯤 잊고 있었다는 쪽에 가까울지도……. 트레이너 실격일지도 모르는 안일함이었을까?  얼마 전, 브릴리와 함께 다녀왔던 ‘잠드는 탑’을 떠올린다. 묘하게 생긴 무우마와 함께 보냈던 시간……. 그 애들, 고스트 타입이었던 건 확실해 보였는데. 고스트 타입 포켓몬들이 장난기 많은 응석꾸러기들이란 건 알고 있다. 수가 많으면 그만큼 많은 감정이 흘러 들어갔겠지. 거긴 그 포켓몬뿐만 아니라 빈카와 발레리도 줄곧 대화를 나누었는데……. 거기서 브릴리는 여러 감정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캠프에서, 수많은 트레이너의 희로애락을 가감없이 받아들인 브릴리는 어떤 상태였던 걸까?  새삼, 빈카는 자신의 포켓몬이 너무 많은 것을 참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착하고 조용한 애, 상냥한 애, 그런 식으로만 생각했는데……. 혹시라도 트레이너인 자신을 생각해서 참고 있는 쪽이었다면? 그런 걱정을 하며 볼에서 꺼내둔 브릴리를 응시한다.  그럼, 브릴리는.  그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방긋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