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플로레 여행 중이므로 오늘도 OOTD는 휴업✨
빈카는 습관처럼 짧은 문구와 함께 업로드할 사진을 찾는다. 이건 조금 흔들렸고, 이건 좀 기울었고… 이런저런 이유를 더하며 사진을 제하다 보면 일주일간 많이도 찍은 사진 중 살아남은 건 겨우 서너 장이다. 카페 「MAHINA」의 입구에서 찍은 한 컷, 캠프 사람들과 함께 찍은 셀카, 두두 인형들…. 그마저도 어쩐지 불만족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었다.
그렇다고 며칠이 지나도록 업로드를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업로드 버튼을 누른 후에 제 프로필을 눌러본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2만이라는 수. 2만을 처음 달성한 게 언제였지? 미동도 없는 숫자를 노려본다. 아, 방금 하나 줄었어. 웬만큼 늘고 줄어도 이젠 크게 티가 나지도 않았다. 하락보다 끔찍한 것은 침체다. 내려간다는 건, 다시 올라갈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니까. 사람의 삶은 본래 시소와도 같아서 올라가다가도 내려오고, 그러다가 다시 올라가는 법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침체는 어떻지? 더도 덜도 없이 그저 멈춰버린 시소는, 다시 올라갈 수 있는가? 침체의 다른 말은 체념이다. 움직이지 않는 시소를 보며, 여기가 끝이려나 생각해 버리는 꼴이 체념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 보면 어쩐지 우울해질 뿐이다. 에라이, 빈카는 침대 한쪽 구석으로 스마트로토무를 툭 던졌다. 여행은 즐겁지만 그만큼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콘테스트 준비도 소홀히 할 수는 없는데. 이제 겨우 방향성을 정했고, 여러 방면으로 준비하고는 있지만 확신이 없으니 준비하면서도 우여곡절이 컸다. 됐다, 됐어. 머리를 어지럽히는 이런저런 고민을 던져두고 침대에 얼굴을 박고 엎드린다. 포켓몬에게 위로받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기까지 괜히 온 걸까? 아니, 아직 콘테스트에는 도전도 안 했는데. 하지만 가능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냥 여기서 그만둘까? 너무 달콤하여 이가 썩어들어갈 것만 같은 악마의 속삭임이다. 여기서 그만두면 더 노력해야 할 필요도 없지. 여기서 그만두면 네게는 더 편한 거 아니야? 하지만, 어쩐지 그 속삭임에 넘어가기에는 분했다. 왜? 내가 뭐가 부족한데? 어째서, 내가 여기서 멈춰버려야 하는데?
엎드린 자세에서 몸을 굴려 눕고는, 천장을 바라본다. 어느 쪽이든 침체다. 배틀도, SNS도, 심지어는 콘테스트도. 알면서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끝없이 하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평형을 이루고 있는 저 시소를 흔들어버리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는 접근 방법부터 바꾸는 게 좋을까.
배틀, 체육관 챌린지에 대한 의욕은 가라르에 두고 왔다. 그건 잠시 내려두자. SNS 역시 여행을 다니며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조급한 마음에 판을 키워본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역시 집중해야 할 곳은 정해져 있다. 콘테스트. <플로레 그랜드 페스티벌>은 플로레리그의 부활을 축하하고, 플로레의 부흥을 위해 개최된 행사다. 새로운 별을 필요로 하는 무대다. 요컨대 플로레리그와 마찬가지로 이번 콘테스트의 다른 이름은 부활, 그리고 부흥이라는 것. 평형을 이룬 시소에게도 참 잘 어울리는 대목이 아닌가.
벌떡, 빈카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 손으로 양 뺨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는 듯, 냐오삐와 삣삐, 그리고 플라비를 불렀다. 영문을 모르는 셋은 '부르니 왔다'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그마저도 빈카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 세 마리의 포켓몬을 제 품에 끌어안고, 붉어진 뺨 위로 따뜻한 온기를 더했다. 그래, 나는 빛나는 별이니까.
그날 밤, 빈카의 SNS에는 새로운 게시글이 업로드되었다. 평소와 달리 태그 하나도 없는 조촐한 게시글. 그럼에도,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빈카의 얼굴과 다른 세 포켓몬의 질린다는 표정이 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 한 장이 덜렁 올라가 있다. 글의 아래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은,
절대 포기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