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켈티스에서 만났던 그 아이가 구조하여 몰래 데리고 왔다는 포켓몬은 다름 아닌 푸른하늘 쉐이미였다. 어쩌다가 마주친 걸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캠프가 겪은 사건과 깊게 연관이 있다는 스카비오사의 조카, 에 해당하는 벤의 부탁이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까지는 피할 수 없나. 물론, 다른 포켓몬이었다고 해도 아이들이 도움을 구해 왔으니 돕기야 했겠다만……. 특히나 푸른하늘 쉐이미의 경우에는 일주일가량을 함께 지낸 정도 있다 보니. 아마 아이들의 부탁이 아니었어도 그 포켓몬을 치료할 수 있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다만, 박사님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보니 마음이 쓰이지만……. 아, 전처럼 다시 포켓몬과 대화할 수 있다면 이 상황이 조금 마음이 편해질까.
“꽃의 기둥에서 자란 감사의 꽃 한 송이, 꽃의 기둥에서 자란 나무열매 최소 1종, 그리고 작은 죽순이 있으면 된답니다.”
래리 박사가 넌지시 알려준 재료다. 그런 걸 보면, 래리 박사는 스카비오사의 행적이나 목적 같은 건 모르는 건가? 묘한 눈으로 바라보길 잠시, 말한 대로의 재료를 준비해서 캐롤의 에리본과 함께 꽃가루경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걸로 기력을 회복하고 나면, 한동안은 다시 이 쉐이미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까. 제 손에 감사의 꽃이 더 있으니, 어쩌면 폼을 바꾸어 다시 안전한 장소로 도망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어쩌다 이 아이가 이렇게 상처 입었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과연 ‘안전한 장소란 있는가’하는 생각까지 닿는 것이다. 윌헬름에게 듣기로는, 캐롤이란 아이가 그의 조카라고 했었지. 그런 거라면, 그의 도움을 받으면 나름대로 안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게 아니면 모리나 챔피언에게? 그조차 아니면, 그냥 우리가 데리고 다닌다거나……. 혹은 스텔라시티에 안전한 장소가 있을 수도 있을까?
어떻게 하는 편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캄라열매가 들어간 꽃가루경단이 하나 완성되었다. 캄라열매는 수수께끼의 나무열매로, 하늘의 힘이 깃들어있다는 소문이 있다. 무슨 열매든 꽃의 기둥에서 자란 나무열매가 최소 하나면 괜찮다고는 했지만……. 기왕이면, 어서 기운을 차리고 뽀송한 색의 푸른하늘 쉐이미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랜드 폼으로 변화한다면 그 모습으로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아이가, 또 다른 쉐이미들이…… 그러한 위협에서 안전한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특별히 다른 열매가 아닌 캄라 열매를 골랐다.
맛 또한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섞인, 약간의 쓴맛이 가미된 열매이니. ……너무 실까 싶어 가벼운 사과 주스도 함께 준비해 두었다.
그러니까, 어서 이걸 먹고 괜찮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