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30화: 물거품아리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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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카만 공간, 어스름한 조명. 유일하게 빛을 품은 하얀 라인 안쪽의 런웨이……. 그 공간을 지나면 도달하게 되는 콘테스트 스테이지. 어린 시절엔 이런 무대를 동경한 적이 있었다. 가라르의 스타디움과는 공기조차 다른 이 공간에서, 그때와 같은 소망을 품고 걸음을 옮긴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마음, 그것 하나만을 가슴 속에 품고서──  검은 의상, 검은 머리, 검은 신발. 간소한 복장이다. 장신구 하나 없이, 머리의 장미 스타일 묶음조차 없이. 정장의 허리 부분부터 이어지는 검은 레이스는 꼬리처럼 자취를 따른다. 그의 머리에 베일이 있었다면, 혹자는 이 런웨이를 장례행렬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뒤를 따르는 다양한 색의 베일을 두른 요정들이 아니었다면, 혹자는 이 런웨이를 하계(下界)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이는 이미 장례행렬이다, 이미 이곳은 하계일지도 모른다.  하계의 주민에게 이름을 붙인다면 그 역시 요정이므로. 이 자리에 선 빈카 페리는, 장례행렬을 이끄는 프롬프터일지도.  “가라르지방, 너클시티의 페어리 윙크-빈카 페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페어리 윙크라는 이름은 쿨&시크와 어울리지 않는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빈카 페리의 정체성이자, 콘테스트에 남겨두고자 했던 이명이다. 요정임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요정이란 무엇이지?  *  긴장감의 정도를 따지자면 첫 스테이지나 이번 스테이지나 다를 바가 없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격언을 모르는 이 있을까. 그 말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스테이지인 이 런웨이 위에서도 전혀 가라앉지 않는 심장의 박동은 어찌 설명해야 좋을까. 쿵, 쿵, 쿵. 정상 심박수는 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라고 한다.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계 따위 몸에 걸고 있지 않아도, 이 속도가 정상이 아님은 알 수 있다. 챠칵챠칵, 그 소리를 떠올려라. 째깍째깍, 그 속도를 떠올려라. 오늘의 워킹은 4박자 스텝, 박동이 메트로놈 소리가 되도록 자신의 뇌를 속여라. 쿵, 쿵, 쿵…….  고요한 공간에 심장 박동만이 울리는 기분이다. 지잉, 지잉.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진동이 발끝을 전율케 한다. 호흡 역시 박동의 속도를 따라간다. 두근, 후, 두근, 하. 안 돼, 이 속도가 아냐. 반 박자, 헛숨을 들이킨다. 그리고 숨을 멈춘다. 심박과 호흡을 분리한다. 리허설과 조금의 오차도 허락할 수 없다. 이곳은 런웨이, 변화무쌍한 스테이지로 향하는 길목. 갈비뼈를 좁힌다. 배에 힘을 준다. 발끝에 힘을 싣고, 바닥에 닿는 발바닥 부위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동작과 동작 사이 공백을 둬서는 안 된다. 원래부터 한 동작이었던 것처럼, 박자를 이어붙인다. 레가토, 부드럽게 이어서 매끄럽게 연주하라. 그렇다면 이 몸은 이 길목-오선지- 위의 메인 모델-음율-이 되리라.  영원 같은 찰나가 지나, 런웨이의 끝에 발끝이 닿으면. 하프 턴, 뒤돌아서 다섯 걸음, 다시 하프 턴, 포즈,  “스테이지 온, 인간을 위해 보여드리는 우리의 장송곡이랍니다.”  건조한 음성이 목구멍을 넘는다. 장송곡을 입에 담는 이라기엔 지나치게 무감한 목소리다. 하지만, 그렇기에 요정이 아닐까. 인간의 감정과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 그것이 비인간이며─ 요정이란 본디 비인간의 집합체이므로.  감히, 페어리 윙크는 인계에 요정의 정의를 다시금 각인하는 인간이 되리라. 무대에 오르는 거창한 마음가짐이었다.  ──마지막으로 하프 턴.  메인 모델의 워킹은 끝이 나고, 조명은 런웨이가 아닌 스테이지를 비춘다.  *  그러나 텅 빈 스테이지 위로 올라와야 할 메인 모델은 스테이지가 아닌 런웨이로 향한다. 관객이나 마담이 의문을 품었을까. 고요한 적막만이 무대 위에 흐르기 시작했을 때쯤.  조명의 하이라이트는 다시 런웨이의 초입으로 돌아간다.  새로이 등장한 배우의 걸음은, 직전의 완벽하던 워킹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랑했다. 사뿐사뿐, 그건 꼭 춤의 스텝처럼 보이기도 했고, 신이 난 아이의 걸음걸이 같기도 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이게 결코 모델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리라는 것.  자세히 살피자면 빈카의 모습마저도 아까와 달랐다. 그 사이 옷을 갈아입었나? 밋밋하던 헤어스타일은 어느새 언제나 자랑하는 방법으로 묶인 장미 몇 송이로 둔갑했고, 허리춤의 레이스는 사라지고 없다. 대신이라고나 할까, 허전하던 목 부근에는 장신구가 늘었으며 정장의 색감은 완전히 달랐다. 화사하면서도 푸른 색감의 다채로운 정장까지. 프롬프터-메인 모델-인 빈카와 연기자-주연 배우-인 빈카를 구분하겠다는 듯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서…….  표정이 없는 건 여전했으나, 아까의 모습보다 미묘한 생기를 품은……. 그의 뒤를 따르는 ‘요정’들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스테이지를 향해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환복에 놀라셨을까요. (그럼에도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서서는 마담을 향해 공손히 인사한다.) 무대 경험이 없는 탓에 여러모로 미흡한 몸이나,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바다 앞에서도 부서지지 않겠노라고. 부디 요정의 무대를 즐겨 주시길. <출전 엔트리> 에틸(나인테일/알로라), 플라비(플라제스/파란꽃), 냐오삐(냐스퍼), 삣삐(픽시) <선출 포켓몬> 플라비(플라제스/파란꽃) 물거품이 되어버린 가련한 물의 요정이, 우리가 오늘 장송곡을 바칠 상대랍니다. 그날은 아주, 밝고 화창한 날이었죠. 쉬이, 배경이 잘못된 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부터 ‘바르게’ 되돌릴 거예요. (쉿, 하는 듯 제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대고 입꼬리만 끌어올려 웃었다.) ▷ 테라스탈: 풀 타입 ▷ 쾌청 ▷ 어필: 「날씨 변화」로 1회 성공하여 어필 그날은 물의 요정이 태어난 날로, 출신을 막론하고 모든 요정이 모여 탄생을 축하했답니다. 장소는…… 그렇지, 아름다운 들판이었던 것 같네요? (플라비, 미안. 네 춤을 선보이기엔…… 이번은 좋은 타이밍이 아니야. 댄스 파트너에게 다가가듯 사뿐한 걸음으로 다가가서, 풀이 피어나는 스테이지 위를 돌아다닌다.) ▷ 그래스필드 ▷ 어필: 2턴과 8턴에서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협동하여 기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로그로 각각 1회 어필 (1/2)  어린 시절의 빈카는 춤이라고 하면 질색을 떨던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무슨 아이돌이니 뭐니, 그런 쪽으로 동경만을 잔뜩 품고 있어서는. 노력 없이 성과를 이루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아이. 점차 머리가 커가며 노력 없는 성과는 없음을 깨닫고, 재능 없는 반짝임은 어려움을 깨닫고. 그러면서 춤에 대한 흥미는 완전히 잃었다. 포기했다.  스물하나가 된 빈카 페리가 그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 생각은…….  바보 같기는, 그때 포기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춤꾼이 되어 있었을 텐데.  한 번 포기한 바 있는 반짝임이다. 자신과 연이 없으리라 여기고 내쳤던 반짝임이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알 수 없어서, 포기했던 것을 다시 제 손으로 주워 담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빈카에게 있어 춤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다지 바라지 않으며, 노력도 않으며, 제 길이 아니라 단정짓는 것. 그러면서도 그것을 거머쥐고 노력하여 빛나는 이들을 시기하게 만드는 것. 분명 그랬을 터인데. 그것을 버려두고 열심히 달렸더니만 다시 그것을 마주한다. 이번에는 버릴 수 없다. 이걸 버린다는 건 이 길을 버리는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포기가 빠른 빈카는, 우습지만 자존심도 강했다.  첫날은 의욕적으로 도전했다.  그다음 날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몸을 질질 끌고 도전했다.  그다음 날은 의욕이 사라져 포기를 고민했다.  그다음 날은 무리해서 도전했다.  그다음 날은 최악의 컨디션이라 그만두었다.  그다음 날은 끊임없이 도전했다.  겨우 며칠 간의 연습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 다만, 부족함 없는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단 하나의 욕심으로 포기를 포기했다. 다른 챌린저에 비하면 볼폼없는 몸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열매가 맺히는 법. 그 열매는 작을 수도, 떫을 수도, 너무 시거나 달 수도 있다. 그래도 열매는 맺힌다.  *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뿐사뿐 스테이지 가장자리를 돌아다니던 빈카가 제 포켓몬의 곁으로 다가간다. 그럼 둘은 준비가 끝났다는 듯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춤사위는 결코 아니다. 춤에 어울리는 옷차림인지조차 애매해서, 어깨에 걸친 베일만이 살랑, 살랑, 가벼운 궤적을 만들었다. 단순한 기본기에만 의지한, 교본에 실릴 법한 자세들의 짧은 변주 정도가 선보이는 춤의 전부였다. 함께 손을 잡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왈츠였다가, 탱고였다가, 혹은 무엇이라 명명할 수 있는 춤조차 아닌 움직임으로 살랑이는 두 실루엣. 하나는 미숙하고 하나는 익숙한 몸짓을 보이는, 이 모습은. 그야말로 어린 요정의 탄생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아닐까. (서로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댄스 상대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다.) 새로운 요정의 이름은, 글쎄요. 지금은 니카브라고 해둘까요.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온 요정의 축하를 받으며 태어난 니카브는 자신이 행복한 요정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답니다. 인간과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니카브, 니카브. 안타까운 우리의 니카브. 혹한이 찾아오리니, 빛은 가고 추위만이 남는구나. ▷ 교체: 에틸(나인테일/알로라) 사랑에 눈 먼 물의 요정이여, 그깟 사랑에 목숨 바친 가련한 요정이여. 태어날 때 부여받은 적 없는 마음 따위를 품었으면서, 그 마음을 보답받지 못한 요정이여. (안타까움을 노래하면서도 변치 않는 싸늘한 표정으로, 무대장치를 응시하고는.) 아, 저 아름다운 빛은 숨결 멎기 전의 마지막 찬란일까! ▷ 오로라베일 (내려오는 비를 맞으며, 예상한 바 없는 파트지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는 이쪽이 더 나은가.) 안타까운 우리의 니카브, 결국 요정의 세계로 돌아왔네. 물거품이 되어 돌아왔네. 더는 요정이라 부를 수 없는 너덜해진 영혼으로, 우리의 장송곡을 들으러 돌아왔네. (가라앉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금 업 된 톤으로.) 달빛을 가득 품은 별의 요정이, 사랑에 배반당해 어둠에 물들어버린 요정을 맞이했답니다. ▷ 교체: 삣삐(픽시) 물의 요정은 물거품의 요정이 되고, 찬란하던 요정의 영혼은 까맣게 물들었지요. (쿨이나 시크에 어울리지 않는 옅은 웃음을 낯에 띄우고서.) 마음이 아팠던 별의 요정은…… 가련한 물의 요정의 장례식에 걸맞는 배경을 불러왔답니다. ▷ 중력 ▷ 어필: 「공간변화 기술」 1회 후 바로 다음 턴에 「공격 기술」을 성공하는 콤보 퍼포먼스로 어필 (1/2) (괜찮아, 무대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니까. 삣삐를 가만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니카브, 아아, 우리의 니카브. 너의 마지막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볼 테니……. 이곳에서 널 위한 노래 부르리, 물의 요정의 마지막을 눈에 새기리. ▷ 차밍보이스 ▷ 어필: 「공간변화 기술」 1회 후 바로 다음 턴에 「공격 기술」을 성공하는 콤보 퍼포먼스로 어필 (2/2) (이 정도면... 아직은 괜찮나. 자, 삣삐. 마지막까지 앞으로 조금이야. 그게 신호였다는 듯 손을 제 머리카락으로 가져간다.) 니카브, 니카브. 안타까운 니카브. 빛 아래 서 있을 수 없는 가련한 요정이여. 니카브, 니카브. 멍청한 니카브. 제 영혼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말았던 요정이여. ▷ 노래하기 ▷ 어필: 2턴과 8턴에서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협동하여 기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로그로 각각 1회 어필 (2/2)  사계절이 지나간 스테이지 위, 요정의 이야기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간다.  애써 묶은 머리를 다 풀어낸다. 투박한 포니테일로 돌아간다. 목의 장신구를 둘 다 풀어내어 아무렇게나 던져둔다. 그나마의 웃음을 머금고 있던 낯은 다시 어둑한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투둑, 툭. 걸치고 있던 푸른 정장 외투를 벗는다. 허리춤의 옷 역시 풀어낸다. 푸른 베일은 이미 포켓몬에게 넘겨주었으나, 대신 포켓몬이 가지고 있던 베일을 받아 허리에 두른다. 마치 발레리나의 로맨틱 튜튜를 떠올리게 만드는 스타일이 되었을까. 또 한 번의 환복, 새카맣고 투박하며, 꾸밈이라고는 전혀 없는 옷차림으로 돌아간다. 프롬프터Model였던 처음으로.  요정은 죽고 다른 요정이 된다. 프롬프터와 연기자, 둘은 확연히 다른 인물이었으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모두 요정이었더라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요정의 이야기였을까?  요정이지만 요정이 아닌 자, 요정이지만 인간의 마음을 아는 자, 요정이지만 감정을 가진 자…….  니카브, 니카브. 안타까운 니카브. 빛 아래 서 있을 수 없는 가련한 요정이여.  니카브, 니카브. 멍청한 니카브. 제 영혼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말았던 요정이여.  삣삐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느릿느릿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실크 커튼처럼, 바람 부는 들판에 걸린 깃발처럼, 하늘하늘, 살랑살랑, 마법으로 움직이는 마녀의 빗자루처럼. 빙글빙글, 빙글빙글. 하지만 점차 느려지는 삣삐의 곡조에 따라, 빈카의 몸짓 역시 느려진다. 춤은 갈수록 여유 없는 초심자의 것처럼 뚝뚝 끊어진다. 관절이 굳은 것처럼, 딱딱해지는 몸짓이 위태롭다. 긴장한 탓일까?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빈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그건 꼭…….  뚝, 노랫소리가 멈춘다. 그와 동시에 빈카의 몸 역시 스테이지 위로 툭, 그대로 쓰러진다. 요정이 마법이 끝난 것처럼, 마리오네트의 실이 끊어진 것처럼.  니카브, 니카브. 바보 같은 니카브. 이것은 너의 장송곡이었으니. (실이 끊긴 마리오네트처럼 축 스테이지 위에 쓰러져 있다가, 뚜둑뚜둑, 몸을 일으킨다. 몸의 관절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듯한 행동 후에 방긋,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웃음으로.) 물의 요정의 끝을 애도하라, 하나 슬픔에 매몰되지 말아라. 새로운 요정이 탄생했으니. 아아, 물거품의 요정이 탄생했음을 축하하라. ▷ 교체: 냐오삐(냐스퍼) 이것이 요정의 죽음을 위해, 또 변해버린 요정을 위해 남겨두는 짧은 이야기. 우리는 이를 장송곡이라 부른답니다. 인간의 것과 달라 실망하셨나요? 하지만 이야기는 끝을 맺었으니, 자아. 밝은 세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랍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쉿, 제 검지를 입술 앞에 가져다대고 빙그레 웃었다.) ▷ 쾌청 포지션 제로, 우리는 가지지 못한 감정 따위에 눈 먼 요정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활짝 웃는 얼굴에 눈물이 두어 방울 흐르면, 그제야 고개 숙여 관객에게 인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