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아직도 첫 스테이지에 올랐을 때 바라본 풍경이 눈에 선하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누군가는 마담을 보고, 누군가는 포켓몬을 봤으며, 심지어 누군가는 딴짓이나 하며 내게 관심을 주지 않던. 그 많은 관객 중에서 내 팬이 된 건 몇이나 될까? 갈수록 늘어나는 팔로워를 보면 순풍에 올랐음을 느낀다. 그걸 알면서도 만족감이 들지 않는 건, 제 목표가 너무 크기 때문일까? 혹시 이 길은, 내게 과분한 길인 건 아닐까? 자신감을 가졌다가도 불안으로 밤잠 설치는 날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함께 콘테스트에 도전하는 캠프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든다. 내가 이들 사이에 함께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
콘테스트에 임하는 거창한 각오는 없다. 그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뛰어들었고, 어쩌다 보니 두 번째 스테이지를 눈앞에 두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목표는 확고하니까. 그런 마음으로 연습에도 열심히 임했다. 그러다 낙담하기도 했다.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에, 나보다 훨씬 이런 퍼포먼스에 익숙하면서도 나보다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캠프 사람들의 모습에. 미묘한 패배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있었던 덕분에 더욱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기도, 자신을 향해 던져주는 응원 덕분이기도, 그들의 존재가 가져다 주는 격려 덕분이기도 했다.
한 달하고도 절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미 캠프 멤버들에게 약한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보였다. 본래의 빈카였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많고도 많은 사건사고를 겪다 보니 이미지 메이킹이니 뭐니 하는 것 따위를 신경 쓰기엔 신경줄이 너무나도 가늘어져 있었다. 과거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애정이나 관심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 있었다. 웃지 않는 얼굴은 호감을 사기 어렵다거나, 차가운 얼굴은 귀여움 받기 어렵다거나.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역시, 이 캠프 덕분이겠지. 비록 캠프 밖의 인간에게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얼굴, 친절한 말투, 애교스러운 몸짓으로 다가가겠지만.
겨우 다섯이던 선 안쪽의 인간이 서른이 넘도록 변한 것은, 나름대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