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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진화: 삣삐(삐삐▷픽시)
 빈카의 삣삐, 삐삐는 별을 좋아하는 포켓몬이다. 삐에서 삐삐로 진화하며 나눈 대화 이후로 빈카와 삣삐는 밤이 되면 종종 밖에 나가 가만히 별을 구경하다 돌아오는 시간을 즐기곤 했는데, 하필 메테오시티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트레이너가 야심한 시각에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삣삐는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라이브 하우스에 몇 번 다닌 여파로 춤과 음악에도 흥미가 생겨서는 트레이너가 플라비와 춤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아주 즐거웠지만! 아무리 그래도 별에 비할 바는 못 되었던 탓이다.  “삐잇, 삐!”  “미안, 삣삐. 오늘도 일찍 자야 할 것 같거든……. 조금만 더 참자, 응?”  “삐이익…….”  삣삐 역시 트레이너, 빈카의 마음은 알았다. 코멧 클리프에서 나눈 대화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날 이후로 종종 빈카가 스마트 로토무로 이런저런 별자리에 대해 찾아본다거나, 관련 책을 사러 서점에 다녀왔음을 알고는 있다. 실제로 같이 별을 보던 도중에 별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어준 적도 있으니, 그 마음에서 어찌 따뜻함과 애정을 찾아내지 못하겠는가.  ……그런데도 전만큼 별을 보러 가 주지 않는 트레이너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건, 삣삐 자신이 아직도 어리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아니다! 이건 분명 ‘그’ 인간들의 탓이다.  최근의 빈카가 혼자 있을 때면, 혹은 연습을 하다가 지칠 때면 입에 담는 말버릇이 있다. ‘그 잡것들이……’로 시작하는 문장. 삣삐로서는 내용을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최소한 그 말을 입에 담는 빈카의 표정이 험악하다는 건 안다. 트레이너, 그 사람들을 싫어하는 거겠지……?  그 사람들이 없어지면 다시 같이 별을 봐 줄 수 있겠지! 그런 단순한 생각을 하며, 삣삐는 트레이너의 바짓단을 붙잡고 다시 매달리기 시작했다.  “으응, 별은 지금 못 봐. 창문으로 보거나 테라스에서 보는 게 전부라니까.”  “삐이, 삐!”  “음……. 그게 아니라고? 다른 거?”  그럼…… 이건가? 고뇌하듯 가방 속에서 달그락, 달의 돌을 꺼내든다. 이거 맞아? 들고 흔들어대면 가볍게 점프해서 얼른 달라는 듯 찡얼댄다. ……갑자기 이건 왜 달라는 거람? 잘 모르겠다는 듯 빈카는 고개를 갸웃대면서도 결국 달의 돌을 건넨다. 이유가 있으니 바라는 거겠지…….  얼른 커져서, 더 멋진 요정이 되어서! 그 칼라마네로를 다 쓰러트리고 별을 보러 갈 거야!  하는, 삣삐의 속마음은 알지도 못한 채……. 오늘도, 빈카의 작은 별은 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