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유로 플라베베에서 플라엣테로 진화한 플라비는, 시들어가는 화초도 자신의 영역에서라면 기운이 나게 할 수 있는 멋진 포켓몬이 되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한껏 귀여운 요정이 되었구나, 플라비. 진화 축하해!”
분명 제 트레이너가 만족한 듯이, 혹은 감동받은 듯이 바라보는 모습을 목격했는데도!
플라비는 인정할 수 없었다. 뭔가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건 분명 자신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대지의 비명, 그 골짜기 안쪽에 있던 아름다운 꽃밭. 자신과 같은 플라베베나 플라엣테들이 온갖 꽃을 들고 돌아다니던 그 아름다웠던 풍경과 묘한 그리움을 남겼던 그 꽃밭을 지키던 한 마리의 포켓몬까지도. 정원을, 자신의 영역을 훼손하는 침입자를 용서하지 않는 화원의 수호자.
어쩌면 그 모습을 목격했던 그날부터, 플라비가 원했던 건 그처럼 강인하고도 아름다운 요정이 되는 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해답을 찾은 플라비는, 새로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제 트레이너의 곁을 맴돌았다. 처음에는 뭘 원하는 건지 몰라 어리둥절한 낯으로 쳐다보던 빈카는 ‘혹시……?’ 같은 말을 중얼거리더니 미리 챙겨두었던 빛의 돌을 꺼내 내밀었다. 그게 꼭 정답이라는 듯, 마지막으로 트레이너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돌고서 내려온 플라비는 돌에 제 손을 뻗기 전에 트레이너에게 감사의 키스를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