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꽃을 좋아하는 플라베베, 플라비가 처음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끌렸던 이유는 그의 머리에 달려 있는 두 송이 꽃 때문이었다. 나중에 가서야 그게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짜 꽃이란 걸 알았지만, 그걸 알게 된 시점에서는 이미 트레이너에게 마음을 준 이후였다. 트레이너와 함께 장난꾸러기 이브이를 찾으러 떠나고, 켈티스타운의 꽃밟기 축제에서 신나게 꽃을 구경하고. 트레이너가 혼자 우울했다가 기뻐했다가 하는 걸 구경하기도 하고, 알에서 새로운 포켓몬이 태어나는 걸 지켜보고. 트레이너의 손에 이끌려 함께 무대 위에 올랐다가, 스타샌드시티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맛보기도 했다. 비록 포켓몬 헌터를 지켜보며 조금, 겁을 먹기도 했지만……. 결국은 언제나 트레이너의 곁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트레이너가 다른 포켓몬이나 자신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봤다. 플라비의 입장에서는 선배나 다름없을 냐오삐를, 삣삐를, 그리고 그 자신과 막내인 포닛치까지도. 아이 돌보듯 어르고 달래면서도, 그들의 힘이 필요할 때는 늘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하는 트레이너를 지켜봤다.
그저 꽃에 매달려 있기를 좋아하던 어린 플라비는, ‘좋아한다’는 건 저런 걸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럼 자신 역시 좋아하는 꽃에게 저런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게 좋을까? 트레이너와 대화가 통하던 시절에 그걸 물어봤다면 좋았을 것을. 고민이 있냐며 포켓몬들을 찾아왔던 어색한 날쌩마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마, 그라면 자신의 일인 것처럼 열심히 상담에 응해 주지 않았을까.
막내였던 포닛치는 벌써 성장해서 트레이너와 같은 모습을 한껏 만끽했다. 새롭게 만난 포켓몬들 역시, 트레이너에게 힘이 되고 싶다며 힘을 냈다. 냐오삐는─ 솔직히 그쪽 마음은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늘상 트레이너를 아끼고 좋아한다는 게 티가 나니까 괜찮나.
그렇다면 플라비는, 자신이 좋아하는 꽃과 트레이너에게 어떻게 이 마음을 전해야 좋을까. 트레이너가 자신에게, 또 다른 포켓몬에게 그러했듯 마음을 다해 돌보아주고, 기운이 날 수 있도록 응원할 수 있는. ……그런 멋진 포켓몬으로 자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