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영원의 여행을 떠난 메테노들의 부산물이 흩어져 있는, 혜성의 흔적을 닮은 절벽. 밤, 그리고 별구경을 좋아하는 포켓몬인 삣삐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코멧 클리프라고 할 수 있겠다. 본래 ‘삐’란 어떤 포켓몬인가. 도감상의 분류로 따지자면 별 포켓몬이며, 별을 타고 온다고 전해지기도 하는 포켓몬이다. 특히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이면 동료들과 모여 춤을 춘다고 하여, 과거에는 별의 화신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종의 특성은 대부분의 개체에게 통하는 이야기인지, 빈카의 포켓몬인 삣삐 역시 유성이 반짝거리는 심야가 되면 별만큼이나 반짝이는 제 두 눈을 밝히며 트레이너의 다리에 매달리기 일쑤였다.
“으응, 별을 보러 가자고?”
“삐이~”
솔직히 말해서, 별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만일 이 포켓몬이 정녕 별에서 온 포켓몬이라고 한다면 혜성의 흔적을 닮았다는 이 절벽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같은 우주에서 왔다는 메테노들이 떠나간 흔적이 남은 이 절벽에 어찌 발걸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떠난 별을 그리워하는 별이기에.
“나, 별자리를 좀 더 공부해 볼까?”
“삐이?”
“인간들이 별을 보고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너도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
“삐잇.”
코멧 클리프의 한적한 공간에 앉아서, 천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하늘을 함께 바라본다. 너도 저 별 중 하나였을까. 이제는 포켓몬의 울음소리를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너가 중얼거리듯 묻는다. 트레이너에게 더는 이야기를 전할 수 없는 포켓몬은 그저 삐이, 하고 울면서 트레이너의 품에 안길 뿐이다.
그래도 둘은 괜찮았다. 대화보다도, 말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둘의 마음이 같다면, 언젠가 서로에 관한 것도 잘 알아가게 되리라. 서로 맞닿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유성이 떨어진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이 지상으로 떨어지면, 어느새 빈카의 품에 안겨 있던 작은 별도 빛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