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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아르바이트: 오늘은 내가 포켓몬 카운셀러
 「인간의 마음 같은 거 야생의 포켓몬인 우리가 알 바는 아니지만, 인간에게 엮여서 살아가는 녀석들이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걸 볼 때면 가끔 안타깝다미. 인간, 네 동료들이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미?」  내 동료들이 갖고 있는 고민, 이라……. 빈카는 한참이나 고민에 빠졌다. 애들이랑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지는 꽤 지났다만, 고민이니 앞으로의 이야기니 하는 심도 있는 이야기는 나눠 본 적이 없었다. 특히 냐오삐와는 대화 자체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더라. 아무래도 막내인 포닛치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력이 없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요구나 부탁을 해대는 다른 애들과 달리 조용히 부탁을 하면 들어주고, 부탁 없이도 빈카가 바라는 것을 알아채는 점 덕분에 더 손이 덜 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야 없다지만, 아무래도 홀로 커버린 아이는 언니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애들보다 눈길이 덜 갈 수밖에 없을지도. 그러다 보니, 나중에 돌이켜 보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른 애들에 비해 너무 방임했던 건 아닐까, 내 이런 모습에 상처라도 받았더라면 어쩌나. 다른 캠프 사람에게는 애들과 대화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니 뭐라니, 되는 대로 옳은 말만 주야장천 해놓고서는. 정작 본인은 이다지도 깊은 대화를 회피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더 미룰 수는 없겠지. 어쩌면 이런 기회가 다시는 없을 수도 있으니까. 빈카는 한숨 같은 숨을 내쉬고는 냐오삐에게 물었다.  “냐오삐, 혹시……. 최근에 고민…… 같은 게 있을까? 꼭 고민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불만 같은 거나. 그냥 진솔한 이야기도 괜찮아.”  냐오삐는 예의 태평하고도 속을 알기 어려운 얼굴로 한참이나 빈카를 응시했다. 빈카에게는 한참이나 되는 시간이었으나, 실제로는 몇 초 되지 않는 시간이 흐른 후에.  ─고민은, 그다지 없어. 불만도 없어……. 난 그냥 빈카랑 있는 게 좋으니까?  “……정말 그걸로 괜찮아? 어─ 그러니까, 포닛치는 산책을 더 자주 가고 싶대. 삣삐는 밤하늘을 좀 더 보고 싶댔고, 플라비는 그 빌…… 아니, 아무튼 그 포켓몬 헌터들이랑 다시 만나기 싫대. 에틸은 어쩐지 배틀이 하고 싶다는 눈치고, 브릴리는 캠프가 시끄러워서 힘들다고 했어. 리린은 너희가 무섭다는데…… 이건 해결 방법을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그런데, 넌 정말 괜찮아?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  ─나는 빈카랑 같이 있으면 다 괜찮아. 애들이랑 노는 것도 좋고, 스테이지에 오르는 것도 좋아. 플로레를 여행하는 것도 즐겁고, 가라르로 돌아가서 같이 스타디움에 도전하는 것도 기대되니까.  예상보다 큰 애정에 보답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적어도 빈카는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모든 것’을 좋아해 준다고 한다면, 그 모든 걸 긍정해 준다면. 무엇에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끝없이 쏟아지는 애정에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빈카의 가장 첫 번째 팔로워는 가족이었다. 실제 순서를 따지자면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어쩌면 그 다음 순서가 될 팔로워는 그의 파트너였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