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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아르바이트: 그믐달의 악마, 고동치는 달
 3년 전, 이 플로레지방을 강타했던 「재의 날」이란 플로레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날일까. 그건 재난, 혹은 재앙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에 놓인 생명이 참으로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결국 빈카는 그 재난을 직접 겪은 이가 아니다. 그러니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뿐이었다.  이번 일도 결국 그 「재의 날」이 연관되어 있구나.  그리 생각하니 참으로 씁쓸해졌다. 입안이 무척이나 쓰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재의 상황이 더 답답했다. 하지만 재난에, 재앙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인 그 일에 대고 무슨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을까. 심지어 외지인에 불과한 빈카가 할 수 있는 일은, 멀리에서라도 마음으로나마 위로하는 것뿐. ……돌아가자, 냐오삐. 응…….  이것저것 챙겨들고 대지의 비명을 떠나는 빈카는 문득, 플라제스에게 노트의 내용을 가르쳐 줄 걸 그랬나 후회하면서도 이미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한숨 사이로 상념을 섞어 흘려보냈다. 어쩌면 그 노트가 없이도 대화가 잘 통하게 될지도 모르고, 천천히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면 새로운 인연이 될 수도 있는 법이겠지.  ─  “자, 이건 전리품이에요. 비록 제압한 게 아니라서 이걸 과연 전리품이라고 말해도 되려나 싶긴 한데…….”  “무슨 뜻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별거 아니에요. 그냥……. 일은 잘 해결되었다는 뜻이죠. 그 애는 다시 날뛰지 않을 거고,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만약 떠나지 않더라도 플라제스가 잘 지켜보기로 했으니까.”  “뭐……. 잘 해결된 거라면 그걸로 됐어.”  짧은 보고를 마치고, 빈카는 챙겨온 용의 이빨을 한카리아스 씨에게 건네주었다. 그 애가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 이빨을 보고 있자면 마냥 안타깝게만 볼 수도 없었다. 슬픔에 빠진 포켓몬은 누군가에게 있어 자신의 상황과 같아질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상실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지. 누구도 슬프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좋을 텐데. 원망할 대상이 없는 곳을 바라보기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 오길 바라는 쪽이 더 나은 게 아니려나. 빈카는 현실의 야속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무사히 대지의 비명으로부터 돌아왔다. 몇 번이나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은, 결국 그 씁쓸함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