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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Report 3
 “헤엑, 헉, 흐억……. 포, 포니…… 포닛치……. 조금만 쉬었다가…… 가면…… 안, 될까…….”  잔뜩 신이 나서는 널따란 해변을 질주하는 포닛치, 그 뒤를 헥헥대며 따르는 빈카,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냐오삐까지……. 솔직히 냐오삐가 보기엔 포닛치의 속도가 다른 포니타처럼 물이 오르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건만, 저 운동 부족 트레이너는 지금으로도 충분히 벅차 보였다. 꺄웅, 냐오삐 나름의 응원을 던졌으나 아마 저 바쁜 트레이너에게는 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게, 왜 그런 약속을 해서는… 흥.  냐오삐가 응원을 하든 말든, 빈카로서는 그냥 죽을 맛이었다. 날쌩마는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 너무도 잔인했다. 미리미리 운동 좀 해 둘 걸…….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속도로 저 말괄량이 같은 포니타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 리야 없지만. 최소한 볼썽사납게 헥헥거리는 꼴은 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전날 저녁, 오랜만에 진행하게 된 친선 배틀에서 무심결에 “버티면 산책” 같은 이야기를 꺼내버린 것……. 빈카는 억울했다. 그렇다고 평소에 산책을 안 다닌 것도 아닌데! 그가 수를 읽지 못했든, 아니면 정말 포닛치의 산책을 향한 갈망이 강했든……. 결과는 단순했다. 포닛치는 한 합을 버틴 것이다. 물론, 그건 기꺼운 일이었다. 오랜만의 배틀이라 상성 중 일부를 깜빡해 버린 문제가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배틀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상성의 불리함이 있는데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나름의 성과가 아닐까.  사실, 빈카는 이번 캠프에서 포켓몬 배틀에 관한 건은 거의 접어두고 있었다. 목표는 오직 콘테스트이므로, 친선 배틀도 조금 쉬어갈까 싶었는데. 그런 일을 겪고서야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하면 복잡한 생각도 좀 정리되지 않으려나, 신나고 즐거운 배틀을 겪으면 조금 나아지지 않으려나. 온갖 스트레스와 걱정, 불안, 그런 것들이. 차마 티낼 수도 없어서 가슴 속에 뭉치고 뭉쳐 응어리지는 그런 것들이.  실은, 이 산책─을 빙자한 운동─은 포닛치를 위함이기도 했으나 빈카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모르겠다, 땀이나 한참 빼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밀키쇼어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빈카의 피부를 간질인다. 바람 때문에 흩날리는 옆머리는 조금 거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숨을 들이마시면 상쾌한 공기가 폐에 들어찬다. 다시 내쉬면 고여 있던 숨이 빠져나간다. 성큼성큼, 다리를 뻗으면 허벅지 근육이 찡, 당기는 기분이 든다. 이제 진짜 한계야……. 저 멀리 앞질러 달려갔던 포닛치가 어느새 빈카의 곁으로 다가온다. 이 태평한 말괄량이 같으니라고. 이제 슬슬 돌아가자는 거지?  “냐─오─삐─!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